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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양희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문자보내기  (59.♡.201.234) 댓글 1건 조회 10,022회 작성일 07-06-22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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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가격 :
(휴대폰 본인인증 완료)

회원가입일 : 2006-06-19 (6526 일)
최종접속일 : 2024-04-29 09:36:19

광주 아르페지오 오디오샵입니다.
고에츠(KOETSU) URUSHI GOLD 카트리지입니다.

고에츠는 아나로그 오디오파일들에게 열렬한 환영을 받으며, 그 매니어층을 두텁게 형성하고 있는 카트리지 입니다.
고에츠 사운드는 섬세하면서도 중고역에 옅은 화장기가 돌면서 말로 표현할수 없는 독특한 색채가 있습니다.
은은하면서도 아름답게 피어오르는 아나로그 사운드의 정수를 실감할수 있습니다.

아래 자세한 리뷰 있습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상태는 신품과 동일합니다.
판매가는 210만원입니다.
지역은 전라광주이고 전국택배 가능합니다.

011-9615-1858
poohlover4364@hanmail.net

KOETSU URUSHI GOLD CARTRIDGE
●발전방식:MC형 ●출력전압:0.4mV(5cm/sec, 1kHz) ●침압:1.8~2.3g ●내부 임피던스:5Ω ●재생주파수대역:20Hz~100kHz ●채널분리도:30dB 이상(1kHz) ●무게:15g ●수입원:MK상역

光悅(광열), 빛을 음미하는 기쁨
-코에츠(光悅) ‘실버 클래드’와 ‘우루시 골드’를 듣고 -

CD의 수월함을 맛보고 나니

골프와 오디오는 돈 들여 스트레스를 사는 어처구니없는 도락이라는 점에서 서로 닮았다. 식자우환이라고, 알면 알수록 돈도 더 들고, 골치도 더 아파지지만, 두 가지 중에서는 오디오 쪽이 스트레스의 가짓수도 많고 농도도 더 진한 것 같다. 나날이 더해가는 업무상의 스트레스까지 감안할 때, 이런 중압을 버텨내는 우리 마니아들이야말로 10종 경기 선수를 무색케 하는 철인들이며, 골치 아픈 아날로그를 즐기는(?) 사람들은 그 중에서도 금메달리스트 급이다. 요즈음 젊은 마니아들 중에서 아날로그를 시작하는 분이 많다고 하는데, 고생거리가 끊어지면 재미가 없는 것이 오디오 세계인가. 들어오는 사람이 있으면, 나가는 사람도 있는 법. 고생을 재미로 알던 시기는 이미 지났다고 생각한 나는 드디어 은퇴를 결심하고, 애물덩이 아날로그를 멀리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수삼주 전 하이파이저널 C형으로부터 코에츠에 대한 시청을 부탁받았을 때, 무언으로 거절했다. 사실은 그외에도 30년 가까운 오디오 생활 중 가장 즐거웠던 시절의 상징을 다시 보게 된다는 것이 괴로웠고, 오디오 잡문과 달라서 어설픈 소리를 늘어놓을 수 없다는 점도 있었지만.

그래서 그 일은 잊고 있었는데, 며칠 전 두 번째로 부탁을 받았다. 이번에는 차마 거절할 재간이 없어서 결국 옛날 애청하던 이 물건을 다시 만나보기로 했다. 또, 겸사겸사 오랜만에 일급의 프리앰프, 파워앰프, 포노스테이지로 귀 호강을 해보고 싶은 마음도 없지 않았다.

옛날 새로운 기기를 시험하던 때의 버릇대로 저녁을 가볍게 먹었다. 많이 먹어 피가 위에 오래 몰려 있다 보면, 뇌신경 휴식상태로 bone head(骨頭?)가 되어 졸음이 오기 때문이다.

밤 아홉시쯤 조용해지자 안방에 기기를 배치했다. 실바웰드의 모노 블록형 300B 싱글 앰프인 N.A.300B를 출력 1.5W짜리 ‘45’란 고전관으로 바꿔서 실바웰드에서 개조한 파워앰프, 오디오노트의 M3 프리앰프, 올닉의 최신작 H-1500ⅡSE 포노스테이지, 포르셀 에어본(Airborne) 레퍼런스 턴테이블, 나카미치 1000 ZXL 리미티드, 그리고 최근에 자작한 졸품(拙品) SOM-MU-halo 스피커 등이다.

즐거웠던 옛날을 돌이켜보면서 실버 클래드부터 조심스레 나무 곽을 열고 들여다보았다.

몸체는 검은 칠을 한 두랄루민인데, 동선 코일에 은을 입혔다(silver-clad) 해서 붙여진 모델명인 것 같다. 코에츠는 어느 모델이나 다 그렇지만, 모양이 아름다워서 다 쓰고 나면 오디오 완상용으로 진열해 둘 만하다. 겉볼안, 외관이 이 정도면 소리는 더 좋겠지 싶었다.

어두운 눈과 둔한 손으로 톤암에 달고 미세 조정을 할 생각을 하니 아득했는데, 운 좋게 쉽게 끝이 났다.

기술이 그 아들한테 확실히

먼저, 이런 때 잘 듣는 피아노 5중주곡 ‘송어’를 얹었다. 활짝 갠 날의 싱싱한 나무와 그 그림자의 음양 부각이 확실하다. 끊어지고 이어질 때의 느낌이 실로 삽상(颯爽)하다. 맑고 찬물에 송어의 움직임이 경쾌하고 민첩하다. 풀 냄새가 나고 소슬바람도 분다. 헝클어지기 일쑤인 베토벤의 3중 협주곡을 들어봐도 잘 빗은 머리칼같이 정연하다.

도이체 하르모니아 문디판의 엘리 아멜링과 외르크 데무스가 연주한 슈베르트 가곡집을 들어본다. 좀처럼 좋은 소리를 내주지 않는 판이라 오기가 나서, 기기가 바뀔 때마다 어김없이 동원해 보지만, 번번이 실패해서, ‘문디 겉이(문둥이 같이)’ 하면서 도로 쑤셔 넣던 물건이다. 내 아날로그에 문제가 있나 싶어 CD로 들어봤더니 이건 더 했다. 그러던 것이, 임자를 만나니 사정이 달라졌다. 창백하던 목소리에 핏기가 살아난다. 아멜링에서 요염미를 느껴보기는 처음이다. 보컬만 유난히 두드러졌던 것이, 정보량 증가로 인해 피아노와 클라리넷의 조연이 완전히 살아난다. 디스크 대상이 괜한 것이 아님을 실감했다.

전반적으로 볼 때, 앰프의 출력이 갑자기 배 이상 불어난 것처럼 울림에 여유가 생기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코에츠의 특징 중 하나는, 다른 카트리지와 구별하는 데 시간이 안 걸린다는 점이다. 닭의 무리에 섞인 공작을 찾기만큼 쉽다. 그래서 코에츠로 녹음한 카세트테이프는 표시가 없어도 데논이나 다른 바늘과 다르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또 평소 듣던 볼륨보다 좀 올려도 금방 비명을 지르지 않는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인데, 아마도 우수한 코일의 덕이 아닐까 생각한다.

우루시 골드로 바꾸었다. 부각된 음양이 더 깊어지고 숙성이 좀 더 된 소리다. 마치, 3중주자, 지휘자, 교향악단이 약간 격상된 듯하다. 특히 제2악장 라르고를 다독거리는 품은 아찔하게 아름답다. 현악 파트를 일례로 들면, 악기가 수십 년 더 에이징된 듯하다. 홀이 좀 더 높아지고 전후가 더 넓어진다. 블랙이 풋풋한 향기를 지녔다면, 이쪽은 의젓하고 세련된 맛이다. 실버 클래드는 장조, 우루시 골드는 단조에 어울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얼핏 들었다. ‘송어’의 경우, 물은 더 깊고 넓어졌으며, 씨알이 더 굵어졌고, 유유자적하다가도 방향을 틀 땐 전광석화 같다. 우루시 골드의 몸체는 자단(紫檀)이란 나무인데 돌만큼 단단하다. 우루시는 개발연대로 치면 비교적 후기에 속하는 모델로, 등장한 지 10년 안팎인 줄로 안다. 일본식으로는 ‘으르시’이고, 한자로는 漆(칠)이다. ‘칠하다‘의 칠. 옻나무는 일본 외에 중국과 우리나라에서도 나는데, 옛날 일본인 학자가 옻의 주성분을 밝히면서 urushiol로 명명했기 때문에 서양에는 마치 일본 고유의 칠처럼 알려졌고, 옻은 일본말 그대로 urushi로 통하고 있다. 어쨌든, 이 모델의 이름만 듣고서도, 바이올린에 니스를 칠하듯이 카트리지 몸체에 옻칠을 하면 보기도 좋고 아주 이상적인 공명을 낼 것 같아 한 번 들어보았으면 했던 물건이다.

그 동안 만든 사람이 달라졌는데 소리가 같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두 모델로 판단할 때, 스가노 옹의 기술이 그 아들한테 확실히 이어졌다고 보아도 될 것 같다. 장기간 멀리했는데도 마치 어제까지 듣던 것처럼 귀에 익은 소리이기 때문이다. 저역은 신음소리만 내는 게 아니라(이것조차 잘 안 되는 경우도 많다), 표정이 풍부하고 또렷하다. 저역의 표정이 또렷하다는 점에서 맞설 수 있는 바늘이 달리 없을 것 같다. ‘송어’의 경우, 고기의 크기, 물의 넓이와 깊이는, 콘트라베이스와 피아노가 얼마나 충실히 살아나느냐에 따라 달라지며, 피아노와 고현의 청명함은 물의 투명도와 물살의 빠름을 좌우한다. 다른 바늘로 들으면 작은 시냇물에서 노니는 데 비해, 코에츠로는 더 맑고 크고 깊은 강에서 종횡무진 움직이는 것 같다. 떨어지는 사료만 기다리는 양식장의 물고기가 아니라, 날아다니는 생물을 튀어 오르며 잡아채는, 약동하는 송어를 느낀다.

그런데, 이러한 코에츠의 진수는 파워앰프, 프리앰프, 스피커의 참여를 배제하고, 포노스테이지, 카세트덱의 증폭 기능, 헤드폰, 턴테이블 즉 소스 관련 장비만을 써서 들을 때 가장 극명하게 나타난다. 앰프와 스피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정집의 리스닝 룸이라는 불완전성이 최대한 배제되기 때문에 당연한 얘기이다. 이렇게 들으면 데카의 킹즈웨이 홀에서 듣는 것에 가까운 음향을 들을 수 있다. 환언하면, 어떤 앰프와 스피커가 소스를 얼마만큼 착색(?) 변형시키는가를 알게 한다는 얘기도 된다. 그래서 요즈음 나는 스피커를 새로 만들어 들을 때 이와 같은 이격도(離隔度)를 시험해 본다.

카트리지가 주인공이다 보니, 하나하나 음미해 보지 못한 것이 아쉽지만, 오디오노트 프리앰프, 실바웰드 45 파워앰프, 올닉 포노스테이지, 포셀 턴테이블은 코에츠와 이상적인 조화를 이룬 것 같다. 아날로그에 대한 미련이 그래도 남아 있어서, 올닉의 포노스테이지인 H-1500 ⅡSE에 관심이 간다. 트라이애드 승압트랜스를 썼던 신도 페트루스 모노 블록 프리앰프의 포노 EQ로 녹음해 둔 카세트테이프로 비교할 때, 더 시원한 맛이 나며, 스케일 면에서 더 크다. ‘현대적’인 성향의 소리로서 온기와 자연스러움도 겸비했다는 느낌이다.

다시 카트리지 얘기로 돌아간다. 그 동안 메인은 다 기억 못할 정도로 수도 없이 갈았지만, 카트리지는 20년간 코에츠(‘코오에츠’)만 6개를 썼고, 이래로 카트리지 시청평은 읽은 적이 없다. 유사한 경우로는 실텍의 FT12 은 포일형 스피커 케이블, 아크로텍 8N 접속 케이블이 있을 뿐이다. 코에츠에 관해 유의할 점은, 마음과 돈의 준비 없이는 듣지 말 것, 2급 턴테이블과 톤암에 최고급 코에츠를 달아봤자, 1급 턴테이블과 톤암에 데논을 다는 것보다 훨씬 소리가 못하다는 것이다(경험에 의한 것임). 그 외에, 이 바늘은 보기보다 좌고(坐高)가 상당히 높으므로 장착시 수직각을 많이 수정해야 한다. 포셀은 톤암을 얹은 채로 수직각을 바로바로 조정할 수 있어서 쉽게 판별이 되는데, 다른 바늘보다 훨씬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번의 이 우루시나 실버 클래드가 스가노 옹의 기술을 그대로 전수받았다는 말을 믿어주신다면, 나로서는 더 이상 얘기할 게 없다. 약 10년 전 이미 다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차라리 그때 못 다한 얘기나 계속할까 한다.

로즈우드의 전설

내가 코에츠를 처음으로 안 것은 영국 있을 때 단골 오디오 가게 사장이었던 메릭 덕분이었다.
린 LP12, 이토크 톤암, 아사크 카트리지가 당대 최고의 아날로그 장비인 줄 알고 있던 20여 년 전 어느 날, 가게에 들렀더니, 메릭이 스탁스 헤드폰의 잭을 나카미치 카세트덱에 찔러 넣고 턴테이블 옆에서 카트리지 소리를 듣고 있었는데, 그게 바로 코에츠였다. 내가 들어보니 아사크보다 확실히 좋았다. 그는 화난 얼굴로 연상 엄지손가락을 세우면서 떠벌이고 있었는데, 무슨 영문인가 했더니, 소리는 좋은데 오만불손하다는 것이다. 아무 설명서도 없고, 한 푼도 안 깎아주는데도 물건이 좋아서 참고 거래하자니 울화통이 터진다는 얘기였다. 얼마 후, 당시 가난해서 고물 AR 턴테이블을 쓰고 있던 평론가 켄 케슬러는, 상사병에 걸려 탄식조의 코에츠 예찬론을 잡지에 실었다. 코쟁이들은 일본의 노장인의 태도에 분개하면서도, 스가노가 몸져누우면 따라서 신음할 정도로 그때부터 벌써 코에츠에 열광적이었다.

그러면서 로즈우드의 전설이 시작되었다.
거기서는 돈이 없어 못 사고 귀국한 다음 충무로 입구에 있던 Y전파사의 B사장에게 코에츠가 있느냐고 물어보았다. 그게 그렇게 좋더냐길래, 말로 해봐야 소용없다고 했다.

하나 둘 소문이 나면서 꽤 많이 판 모양이다. 이것이 내가 아는 우리나라 코에츠 도입의 역사다. 그 후 나는 결국 린을 졸업하고 소타로 바꾸면서 일본 출장가는 친척편으로 코에츠 블랙과 승압 트랜스를 샀다. 그 후 약 15,6년 동안 블랙에서 시작해서 차례로 끝까지 올라가며 6개의 각종 코에츠 바늘을 썼다. 본고장에서 산 ‘애니버서리 시그너처 골드’를 아껴서 자손만대까지 쓸 요량으로 두 배가 넘는 최고가의 카세트덱도 서슴지 않고 샀다. 낯선 땅에서 기러기 아빠 생활을 하면서 잠이 오지 않을 때는 나무곽을 열어보고 냄새를 맡아보고 보석 같은 생김새를 쳐다보면서 잠을 청한 적이 여러 번 있었다. 이것을 쓸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EMT930이나 927을 포기하고 포셀로 버틸 만큼 코에츠 일변도였지만, 결국 어떤 계기로 데논 DL-103으로 바꾸면서 아날로그에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일본서 귀국할 무렵, 알던 가게에 갔더니, 어떤 전당포에 유질(流質)당한 물건인 듯한 로즈우드, 메노 골드 등 80세 전후에 제작한 황금기 명품 10개를 5분의 1 가격으로 사라고 했다. 일본의 거품 경제가 짜부러 들 때였다. 두 개 가격으로 열 개를 살 수 있다는 얘긴데, 워낙 투자라는 것에는 관심이 없던 터라 한쪽 귀로 흘려버리고 말았지만, 카세트덱 살 돈이면 몽땅 다 사고도 남았을 텐데, 애석하기 짝이 없다.

그 동안 내가 주로 써온 바늘에는 코에츠를 필두로, 데논 DL-103, 린 아사크, SPU 등이 있지만, 코에츠를 알고 난 뒤부터, 보석용 확대경으로 캔틸레버를 보는 버릇이 생겼다.

캔틸레버는 스피커로 치면 울림통에 해당된다. 울림통이 유닛보다 소리에 더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자작을 몇 번 해보면 안다. 캔틸레버의 진동이 깨끗하고 충실하면 코일의 무빙(moving)도 똑같이 따라가는 것은 정한 이치. 코에츠는 이 부분에서 단연 독보적이다. 칼의 명장만큼 강철(캔틸레버용)을 잘 다룰 수 있는 사람이 달리 없다.

데논의 경우를 예로 들면, 캔틸레버가 서글프리만치 얄팍하여, 자연히 소리에도 영향을 준다. 언제 그랬는지도 모르게 잘 부러진다. 부자 나라의 공영방송사인 NHK가 전용 모델로 쓴 것은 값 싸서가 아니라, 성능이 좋아서였을텐데, 그렇게 채택된 모델치고는 좀 기준 미달이다. 그러나 몇 차례 쓰고 버리기에는 안성맞춤이었는지도 모르겠다.

2세대 코에츠를 꺼내서 제일 먼저 들여다본 것도 이 부분이었고, 그래서 그 윤기 나는 끼끗한 원통만 보고서, 올바르게 기술이 전수됐음을 직감했다. 몇 번씩 끓는 기름에 넣었다 두드려서 닛뽄도 명검 수준의 담금질을 해서 만든다는 강철 캔틸레버가 눈에 익다. 세계 다이아몬드 가공의 중심지인 암스테르담의 장인이 캔틸레버에 부착시킬 다이아몬드를 주문받았을 때, 그 강철을 다룬 솜씨에 찬탄을 하면서 최고의 다이아몬드를 가공해야겠다는 각오를 하게 됐고, 그렇게 해서 부착된 다이아몬드의 아름다운 모양을 보고 과연 내 캔틸레버에 걸맞은 물건이라고 스가노 옹도 감탄했다는 일화가 있다. 최고의 경지에 이르면 분야가 달라도 서로 통하는 모양이다. 애니버서리 골드는 그 캔틸레버가 안데스 고원의 뿔나팔처럼 점점 끝이 가늘어지는 데 비해, 이 두 모델은 평행의 원통이다. 당연히 전자 쪽이 가공도 어렵고, 진동 전달의 효율도 ‘혼 효과’로 인해 더 좋을 것이다. 그러나 후자도 다른 제품에 비하면 단연 뛰어나다.

볼 때마다, 연합군을 떨게 했던 저 유명한 독일의 대형 장거리포 Big Bertha─캘러웨이의 골프 드라이버 모델명은 여기서 본 딴 것이다─가 연상된다. 캔틸레버나 다이아몬드의 특출함은, 카트리지의 긴 수명과 탁월한 트래킹 능력으로 나타난다. 그런 줄도 모르고 그 잘난 판 아낀답시고 어김없이 300시간만 쓰고 모두 내다 버렸으니…. 일본 총판점의 이시이 사장은 애니버서리 시그너처 골드를 1,000시간 이상 쓰고 있었다.

이런 코에츠도 먼저 해외 판매부터 시작했다. 데논, 오디오테크니카, 나가오카 등 기존의 저가 모델이 버티고 있는 데다, 우리나라와 같이 SPU의 인기가 대단해서 내수 공략이 어려웠던 모양이다. 마쓰시타의 막강한 힘을 당할 수 없어 구미지역을 우회해서 성공한 소니의 경우와 같다. 30년 가까이 여러 가지 카트리지를 써본 중에서, 나름대로 인상 깊었던 소리로서 SPU가 생각난다. 코에츠와는 상당히 대조적이다. 전자는 오랜 명가 제품답게 권위가 있으며, 묵직하고 골격이 튼튼한 소리다. 그러나 주장이 너무 강해서 메인 시스템을 좌지우지한다는 느낌을 준다. 흡사 ‘내 다 알아서 할 테니 모두들 잠자코 있어!’ 하는 식이다. 이에 비하면, 코에츠는 명창을 지배하지 않고 그저 잘 거들기만 하는 고수(鼓手)와 같다. 절대 나서는 법 없이 옆에서 디스카우를 잘도 거드는 제럴드 무어 같은 존재다. 메인에 약점이 있는 경우에는 SPU 쪽이 단연 유리하리라고 생각된다. 인기의 비결이 여기에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가장 싫은 점은, 거짓말 보태 유성기 카트리지만큼 엄청난 침압이다. 무거운 SPU 바늘로 몇 번 틀 때까지 판이 견디나 실험했다(다행히 수십 번 틀어도 견딘다는 것이 결론)는 사람도 있는 모양이다. 제일 값싼 데논 DL-103은 상당히 중립적이지만, 좀 가녀린 편이다. 모범음식점의 음식 맛처럼 대중의 구미에 맞춘 장사꾼 맛이며, 코에츠가 주는, 지체 있는 집안의 전수된 깊은 맛에는 한참 못 미친다. 코스트 퍼포먼스 면에서 단연 최고이지만, 이 코스트 퍼포먼스라는 것이 오디오에 있어서만은 가끔씩 사람 잡는 수가 있다. 마지막으로 린 아사크, 부드럽고 해상도도 좋지만, 감미로운 것이 생기를 상쇄시키는 느낌이었다.

빛과 같은 기품

코에츠를 처음 대했을 때부터 가져온 의문이 있다. 바로 코에츠[光悅]라는 모델명이다. 소리 내는 기계에 빛이라는 말을 왜 붙였는지 영 알 수 없었다. 이번 시청을 통해 얻은 나름대로의 결론은, 스가노 옹은 자신의 카트리지 소리에서 빛을 구하러 든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사무라이 시대나 지금이나 칼은 살인무기이기 전에 기품, 명예, 충성의 상징이었다는 사실은, 루스 베네딕트의 ‘국화와 칼’을 읽지 않고서도 알 만하다.

명검은 살인 무기가 아니라 도리어 생명과 인격의 존엄성을 지키는 보루라고 그들은 본다. 명검의 날이 발하는 빛에는 범접할 수 없는 기품이 서려 있다. 살기등등한 살인 무기의 섬뜩한 광채와는 다르다. 그 ‘빛과 같은 기품’이 자신이 만든 카트리지 소리에서도 발산되어, 사람들이 그것을 느끼는 희열을 맛보게 되기를 바란 것이리라.

모든 음악 연주나 미술 작품에서 기백이나 기품이 없으면 한낱 쟁이의 것에 불과하다는 개똥 예술관을 가지고 있지만, 코에츠에서는 바로 이런 기백(?)과 기품이 넘친다.어려울 것 하나 없다. 듣던 바늘을 빼고 코에츠로 바꾼 다음 5분만 들어보라. 만약 빛이 나는 소리를 못 듣거나, 그럴 필요를 못 느끼는 경우에는 아주 값싼 CD로 미련 없이 방향을 바꾸는 것이 상책이다.

덥다. 9월 하순에 이렇게 더운 것은 수년 만의 귀 호강이 늙은 피를 후꾼 달게 해서인가. 마치, 오디오 전성기로 되돌아간 느낌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가장 두려워하고 경계했던 일이기도 하다. 린 이케미로 겨우 마음잡았다 했는데… 참 보통 일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이 쟁쟁한 청취 라인업 중에 내 초라한 돌팔이 스피커가 끼어든 것은 ‘옥에 티’라고 말하기에 앞서, 매우 염치없는 짓이라 생각한다. 비록, 이번 청취가 소리의 시작 부분이 가장 중요하며, 마지막인 스피커는 가장 덜 중요하다는, 해묵은 오디오 교리를 또 한번 굳혀줬다고 할 수 있지만, 여타 기기를 제공해 주신 분에게 누를 끼친 것이 마음에 걸린다.

특히, 저 세상에 계신 스가노 옹에게 먼저 사죄를 드려야 할 것 같다.그러면서, C형에게 스피커를 요청했지만, 괜찮은데 뭘… 하면서, 들어주지 않았다는 사실을 변명삼아 덧붙인다. 명품급 스피커로 못 들어본 것이 못내 아쉽다. 지난 20년 가까이 외곬으로 사랑해 온 이 예술품을 다시 만난 감상을 단 두 쪽으로 요약할 재간이 없다 보니, 오디오 시청 소감이 아닌, 또 하나의 장황한 잡문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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